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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인 천상병

가슴따뜻한이야기 2008. 3. 27. 14:05

○ 나무 ○

 

사람들은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.

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.

그 밤. 나는 꿈을 꾸었다

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듯이

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.

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.

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.

 

유리창

창은 다 유리로 되지만
내 창에서는
나무의 푸른 잎이다.

생기 활발한 나뭇잎
하늘을 배경으로
무심하게도 무성하게 자랐다.

때로는 새도 날으고
구름이 가고
햇빛 비치는 이 유리창이여  

 

 主日 2

1
그는 걷고 있었습니다.
골목에서 거리로,
옆길에서 큰길로.

즐비하게 늘어선
상점과 건물이 있습니다.
상관 않고 그는 걷고 있었습니다.

어디까지 가겠느냐구요?
숲으로, 바다로,
별을 향하여
그는 쉬지 않고 걷고 있습니다.

2
낮에는 찻집, 술집으로
밤에는 여인숙,

나의 길은 언제나 꼭 같았는데......

그러나
오늘은 딴 길을 간다.

 

 

새 세 마리

나는 새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.
텔레비 옆에 있는 세 마리 새는
꼼짝도 하지 않는다.
왜나하면
진짜 새가 아니라
모조품이기 때문이다.

한 마리는 은행에서 만든 저금통 위에 서 있는 까치고
두 마리는 기러기 모양인데
경주에서 아내가 사가지고 왔다.
그래서 세 마리인데
나는 매일같이 이들과 산다.

나는 새를 마우 즐긴다.
평와롭고 태평이고 자유롭고
하늘이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.
나는 이들을
진짜 새처럼 애지중지한다.

 

꽃밭

손바닥 펴
꽃밭 아래 놓으니
꽃빛 그늘 앉아 아롱집니다.

며칠 전 간
비원에서 본
그 꽃빛 생각 절로 납니다.

그 밝음과 그늘이
열렬히 사랑하고 있습니다!
내 손바닥 위에서......

 

 

'천상병' 프로필 
이름 : 천상병 
출생 : 1930년 1월 29일     사망 : 1993년 4월 28일
출신지 : 일본
직업 : 시인
학력 : 서울대학교
데뷔 : 1949년 문예 '갈매기' 등단
수상 : 2003년 은관문화훈장